Klaha 앨범 Nostal Lab 발매 기념 악수회
2002.12.07
오늘은 바쁜 날, 클라하 악수회와 모모 라이브가 겹쳐있다.
1시에 클라하 악수회에 참가한 후 끝나고 바로 이치카와로 출발해야한다.
그런데 부슬 부슬 내리는 비. 바람도 좀 차고.
아침에 일어나 손케어부터 하기 시작. 샤워하고 세수하고, 각질제거제를
손등에 듬뿍 발라서 부들부들한 손 만들기 작업. 매니큐어도 덧바르고..
암튼 일행이 모두 화장하랴 머리만지랴 손에 에센스를 바른다하며 법석
을 떨었다.
4일이 앨범발매날이지만, 앨범은 3일에 벌써 입수한 사람들이 있다고하
여 일본으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도 많이 불안했다. 라이카 에디슨에서
벌써 앨범이 다 팔려 악수회에 참가 못하면 어쩌나 마음을 졸였다.
그래서 4일 밤에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짐을 팽개쳐두고 바로 신주쿠 라
이카 에디슨으로 갔는데, 구석쪽 테이블에 잔뜩 쌓여있는 클라하 한정
판들. 게다가 점내에는 앨범곡들이 흐르고 있었다. 약간 불안해하며 아
직 악수회 정리권을 받을 수 있냐고 물어보자 오오 아직 괜찮다는 것.
그래서 앨범을 집어들고 가서 계산을 하자 악수회 정리권 번호가 130번
대였다. 헉 생각보다 안전한 번호군.
그렇게 구한 악수회정리권을 고이 챙겨들고 라이카가 문을 여는 11시쯤
숙소를 나섰다. 도착하니 고요한 가운데 몇사람인가 점내에서 물건을 고
르고 있고, 벌써부터 팬들이 줄을 서 있지는 않을까 예상했었는데 조금
불안...혹시 악수회 시간이 미뤄졌다든가 하면...그건 곤란하다-_-
저녁에는 모모 공연을 보러가야하니까. 하지만 시간이 좀 일렀을 뿐 이
벤트는 예정대로 하는 거 같았다.
라이카의 2층도 구경했다가 1층에서 서성거렸다가 하는 동안 1층의 안쪽
에 전시되어 있던 어떤 인디즈 밴드의 의상들이 치워지고 벽에 붙였던
포스터 등이 떼어지며 뭔가 이벤트 준비를 하는 듯한 느낌이 들기 시작.
그러더니 점내에 있던 사람들에게 바깥에서 줄을 서달라며 점원들이 사
람들을 내보내기 시작. 바깥에 나가보니 제법 팬들이 와 있었다. 근처
가게나 사람들의 통행을 방해하지 않기위해 줄은 가게에서 부터 두줄로
멀리 공원으로 이어져 세워졌다. 비가 오고 제법 쌀쌀한 날씨라 아직
한시간 정도나 남은 악수회시간 동안 밖에서 그렇게 기다려야 한다고 생
각하니 아찔; 130번대 줄을 찾아 사람들에게 번호를 물어가며 가는데 3
백번대도 있는 것으로 보아. 그쯤 되는 사람들이 악수회에 참여하게 되는
모양이다. 그 이상일 수도 있고.
마리스 공연에서 늘 보아온 고딕 로리코스들이 역시나 잔뜩 모여들고 있
었고, 평범한 OL처럼 보이는 사람에서 부터, 조폭처럼 보이는 덩치 큰 아
저씨까지;;(아저씨가 아닐 수도 있지만^^). 나와 일행은 역시나 작년처럼
어쩔 수 없는 캐주얼파, 그래도 나름대로 이번엔 검정색옷을 많이 챙겨
갔다. 검정색옷을 입으면 캐주얼이라도 튀지는 않겠지;;;; 도대체 왜 평
범한 옷차림이 코스족들보다 튀게 보이는 현실이냔 말이다!
그렇게 서서 오들오들 떨며 기다리는데 드디어 클 찌라시와 사인 엽서를
들고 들뜬 표정으로 가게쪽에서 걸어나오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 악수
회는 시작되었던 것이다. 그렇다는 것은 저 가게 안에 지금 클이 있다는
얘기!!! 두구둥두구둥(심장이 둔탁하게 뛰기 시작)
훌쩍거리며 눈물을 찍어내는 고딕 로리타 아가씨들도 나오고 있다.
클에게 받은 찌라시를 노란 라이카 봉지에 고이 접어 넣으면서 한손으로
는 검정 손수건으로 짙은 눈화장을 한 눈가를 찍어내던 고스로리소녀..
나도 혹시 좀 있으면 저렇게 되는 것일까..라고는 해도 생각보다는 침착
해있는 나자신을 느낀다.
그러고보니 멋진 슈슈코스의 커플이 있었다. 호라와 카야분장을 한 늘씬
한 아가씨들이었는데, 슈슈코스는 처음 보는 거여서 모두들 와아하며 훔
쳐보고..약간 기가 죽기도 하고. 거울도 다시 한번 꺼내보지만 부디 조명
이 유리하게 비춰주기를;;;;;(슬쩍 로션을 손에 발라주기도 했음)
핫 그러고보니 뭐라고 말을 할지 전혀 준비를 하지 않은 것을 깨닫고 말
았다. 일어회화라고는 해볼 기회가 그다지 없었던 나이기에. 글로 써진걸
대충 읽기는 해도. 작년이나 올해나 일본에서는 일어를 잘하는 일행의 도
움을 받기만 할뿐 스스로 물건을 사는 일도 별로 없었지. 하지만 머릿속
이 아득해서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고 그저 될대로 되라는 맘으로 줄어드
는 줄을 따라 앞으로 나아갈뿐.
그리하여 마침내 가게 앞으로 도달했다. 찌라시들로 도배된 가게의 유리
창 사이를 들여다보자...커컥...클이 보인다!! 가게안으로도 이어진 긴
줄과 얕은 단상 위에 테이블이 하나 놓여 있고, 그 뒤로 클이 서있다.
희끄므레한 스웨터같은 걸 입고 은빛 머플러를 두른 모습은~ 무쟈게 잘생
겼잖아! 클도령 잘생긴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지금 난 저 총각하고 무려
악수를 하러 가는 길이라는 걸 떠올리자 다시 두구둥두구둥 위험하게 뛰
는 심장. 우짜면 좋노~~~
곧이어 가게안으로 진입, 정리권을 내고 가게안에 발을 들여놓자, 바로 정
면으로 클이 다른 사람과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고, 작은 가게 안에 함께
서 있다는 상황이 실감되면서 마구 마구 신이 나기 시작했다.
클라하는 단위의 테이블 뒤에서 높은 의자에 앉아 상반신만 보이는 모습이
었고, 사람들과 악수할때마다 몸을 앞으로 굽혀 악수하는 상대의 눈을 똑
바로 보며 웃는 얼굴로 귀를 기울이고, 고개를 끄덕여가며 대꾸해주고 있
었다. 가게 안에는 클 앨범곡들이 흐르고 있다. 손에 땀이 날까봐 마리스
로고가 박힌 손수건(siqus님 잘 쓰고 있답니다)으로 손바닥을 문질러 주며
만반의 준비를...그러나 역시 할말은 생각해 두지 않은 상태;;
같이 간 일행 중 감기에 걸린 싸바양은 입국하고 부터 줄곧 목소리가 나
오지 않는 상태. 엽기적인 속삭임만이 가능한 상태로 내 바로 앞에 앞에
순번이던 그녀는 결국 클 앞에서도 그 엽기적인 속삭임으로 뭔가를 열심
히 클에게 말하고 있었고, 클은 열심히 들어주고 끄덕이며 정성을 다해
악수해 주고 있다. 나도 곧 할거지만 부,부럽다!!
클은 악수하는 상대만 볼뿐 도무지 점내의 사람들에게 시선을 보내주지
않는다. 수줍은게다. 만약 눈을 들어 점내를 둘러봤다면 엄청 쫄았을 것
이다. 수많은 눈들이 뜨거운 빔을 발사하며 지켜보고 있다는 걸 확인하
게 될테니.
바로 내 앞 사람(역시 우리 일행)이 악수를 하자 안절부절 후들후들 갈
팡질팡 어질어질~ 내 정신이 아니었다. 내 앞사람이 끝났다. 다리가 안
떨어진다. 아악...집에 가고 싶어~~~~!!
클이 다음 순서인 나를 바라보았고, 마구 후들거리는 다리를 겨우 추스
려 앞으로 간 후 악수를 일단 했다. 부,부드럽다~~!! 하루 왼종일 조물
락 거리라고 해도 안지루할 듯한 부드럽고 가늘가늘한 손을 살짝 잡고
악수를 한 뒤 나도 내가 뭐라고 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나는
한국에서 클라하상의 라이브를 보러 왔습니다. 라이브는 무척 멋졌습니
다. 아..아...거시기..우물쭈물...(대충 일어로 하긴 했지만, 워낙 버벅
이며 말해서 이제는 잊고 싶다. 제길ㅜ.ㅜ) 저기 악수 한번만 더 해주세
요' 그렇다...난 저렇게 말해 버렸다-_-
내가 말하는 동안 내 눈을 보며 '하잇, 아리가또, 응..'하며 대꾸해 주던
클이 악수 한번 더 해달라는 말에도 '아, 하잇'하며 손을 내밀어 주었다.
그 손을 다시 한번 잡으며 그 온기를 느낀 후 클이 하나 하나 집어주는
클 찌라시와 직필 사인이 든 엽서를 받아 들고 나는 그만 물러나야 했다.
가게를 나가자 마자 기다리던 일행에게 '나 악수 한번 더 했다!'라고 자랑
을..쿨럭; 간밤에 망상에 젖어 '결혼해 주세요' '키스 해 주세요'-_-;;
'안아줘요~'라고 망상멘트를 연습하던 나였건만 악수 한번 더 한것에 무한
한 행복을 느끼며 이벤트 스탭들의 지시에 따라 공원 저편으로 가야만 했
다. 아 불타는 빠순마인드에 휘발유를 부어버린 악수회였다.
악수하러 온 모든 팬에게 몸을 기울여 상대의 말을 열심히 들어주고 끄덕
여주고 활짝 웃어주고, 따듯한 손을 내밀어 꼭 잡아준 클라하 아리가또~!
영원히 잊지 않을께...그러나 그렇지만 그래도
직필 사인이 든 엽서는 내가 싫어하는 사진이었잖아!! 너무해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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