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zi와 소설가 미나코의 코라보레이션
Izayoi no Tsuki 발매기념 악수회 at 신주쿠 Like an Edison
2002.12.14
어제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우선 라이카 에디슨(like an Edison)으로 향했다.
코지의 이자요이노 츠키가 발매되는 날이며, 그것을 라이카 에디슨에서 사야 악
수회 정리권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게 문여는 시간보다 한시간정도 늦었을 뿐인데 저 가게밖으로 길게 선 줄은 도
대체 뭐란 말인가! 순간 불안 덜컹 흠칫....
책 사러 오는 날까지 코스를 하고 오는 정성, 휠체어를 밀고 오는 장애인팬 - 이
사람은 작년의 가데니아 투어에서도 마주친 바 있는 열혈팬이다. 역시 코지의 인
기는 달랐다. 클라하때와는 사뭇 다른 공기. 수년 이상의 팬력을 자랑하는 듯한
나이가 좀 있어보이는 팬들이 많이 보였다. 긴 줄을 기다려 책을 사고보니 정리
번호가 240번대였다. 엄청나군. 그리고 책안쪽에 코지의 친필사인이 책마다 들어
있다! 계산대에 샘플로 내놓아진 책에는 매직으로 싸인이 되어 있는데, 팔리는
책에는 가는 싸,싸인펜;;으로 싸인이 되어 있다는 점이 약간 아주 약간 섭섭.
어제는 그렇게 악수회 정리권을 받아들고 마나사마의 라이브를 보러 가었고, 오늘
드디어 악수회이자 일본에서의 마지막날이다. 실은 원래 일정대로라면 오늘 귀국을
했어야하나 코지의 악수회 일정이 14일로 잡혀 일본에 오기전 급하게 스케쥴을 조
정하여 하루 더 머물게 된 것이다. 11박12일로 피같은 숙박비를 추가해준 코지오빠
께 악수로 보답을...쿨럭ㅜ.ㅜ
클라하 악수회때와 마찬가지로 아침에 눈뜨자마자 부들부들한 손만들기 작업부터
실시! 헬쓱한 모습을 보이고 싶었으나 지난밤 모모의 라이브 후유증;으로 또 폭식
조만간 살이 되어버릴 부기를 안고 옷에 먼지도 털고 화장도 하고 머리도 만지고.
캐주얼 3총사외에 현지에서 유학중인 미제라 한명과 합류하여 다시 캐주얼4인조가
되어 신주쿠로 갔다. 4시부터 시작되는 악수회인지라 추운 날씨에 오래도록 떨기
힘들 것 같아 맥도날드에서 시간을 보냈다. 각자 악수하며 뭐라고 말을 하나 고민
의 시간. 나는 컨닝페이퍼라도 만들까하여 문장을 만들어보지만 아무 생각도 떠오
르지 않고 긴장을 풀고자 일행들은 코지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만한 짓거리;;를 농
담삼아 주절거렸다.
'코지씨 안녕하세요. 제가 준비한 춤과 노래를 감상해주시기 바랍니다'라며 춤이
라도 출까...코지씨는 평소 팬들에게 다정하므로 안아달라고 해볼까...등등 망상
수다로 시간을 보낸 후 3시쯤 지나 라이카로 향했다. 우옷...역시나 가게 밖 멀리
공원을 감싸고 줄이 쫘르륵 서 있었다. 일본에서 지낸 열흘남짓의 나날 중 가장
추운 날씨...아마 저 줄은 일찌감치 시작된 줄임에 틀림없다. 시간 보내다 오길
잘했다. 대충 비슷한 번호대에 자리를 잡고 나니 라이카측에서 손난로를 하나씩
나누어 주었다. 봉지를 뜯어 흔들면 열이 나는 것이었는데 손난로 두개를 양손에
들고 말라카스 소리를 내며 놀기도 하고...속속 나타나는 멋진 팬들의 의상에 놀
라면서 줄이 줄어들기를 기다린다. 내 앞쪽으로 어제 본 휠체어를 탄 팬이 서게
되었고 바로 앞에 선 두 여자는 '코지가 이렇게 인기인이었나, 미처 몰랐네~'하
면서 긴줄에 감탄하는 눈치. 둘이 서로 악수를 하며 예행연습도 한다.
그리고 마침내 긴 기다림끝에 가게 안으로 진입. 클라하때와는 달리 바깥 유리문
에 셔터를 내려버려서 밖에서는 가게안을 들여다 볼 수 없도록 해놓고 있었다.
가게에 딱 들어서자 코지가 보였다. 가게 안쪽 정면 얕은 단 위에 동그란 테이블
이 놓여 있고 그 뒤로 코지가 서 있다. 머리는 밝은 갈색으로 어깨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에 얼굴은 피부화장만 한 자연스러운(무대에서보다는;;) 모습. 그리고 보라색
벨벳의 긴 쟈켓과 검정셔츠와 회색 넥타이, 가죽바지.
** 이날의 모습은 '이자요이노 츠키' 공식사이트에 사진들이 올라와 있습니다.
http://jns.ixla.jp/users/izayoinotsuki685/index_004.htm
위 주소를 클릭해보세요~!
우리가 가게안으로 들어서 코지의 모습을 뜯어보는 그 순간, 코지는 마침 악수하
던 팬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있었다. 그걸 보고 우리 일행 '커헉~!!'하고 큰 소
리를 내버렸는데, 다른 팬들은 침착하게 참고 보고 있는데 우리만 티를 낸듯;;;
우롱차양 그걸 보자마자 '좋았어, 난 꼭 안아달래야지!'라며 불안한 결의를 ㅜ.ㅜ
줄이 조금씩 빨려들 듯 줄어가고, 가게 안에 흐르는 이자요이노 츠키의 시디곡을
듣는 중...코지는 악수를 하며 점내를 잠깐씩 재빠르게 훑어보기도 했다.
뭔가 굳은 표정, 환하게 웃으며 팬들과 즐겁게 대화할 줄 알았는데 무뚝뚝한 표정
이다. 그래도 팬들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 보이기도 하고, 낮게 뭐라 뭐라 대꾸도
해주고 있다.
줄이 좀 빨리 빨리 줄어드는 느낌, 앞의 사람들이 악수와 간단한 인사만으로 지나
가고 있는 것 같다. 분위기에 주눅들이 든 모양이다. 나역시 그렇지만;
그리고 내 바로 앞 순서인 ***양의 순서. 악수를 하고는 중얼중얼 뭐라고 말을
하는 듯 한데 갑자기 코지와 양옆에 서있던 스탭이 '흠칫!' 그리고 내 뒤쪽으로
와하하하하 하는 웃음소리가 잠깐. 난 정확한 상황파악은 못했으나 그녀가 뭔가 실
수를 한 모양이라고 생각하여 덩달아 웃었다.
그러더니 코지가 ***양의 양 어깨를 손으로 툭툭 다독여주고 다음인 내 순서가 돌
아왔다. 난 그냥 우물쭈물 내 이름을 말하고 만나서 기쁘다고 말한 뒤. 클라하때
처럼 한번 더 악수해 달라고 하여 두번 악수를 하고는 나왔다.
손이 약간 메마른 듯한 느낌 그리고 손등까지 퍼져 있는 문신, 그리고 손을 내밀
어 주긴 하되 내가 맞잡아도 그냥 그대로 손을 편 채로 있었던 것 같다. 악수회사
진을 보니 다른 사람때도 그랬던 듯. 약간 서운하다는 생각을 하며 밖으로 나왔다.
나중에 들으니 악수를 너무 오래 여러명과 하다보면 손독이 오를 수 있다고한다.
그래서 원래 악수회같은 거 하면 장갑을 일부러 끼기도 하고 꽉 잡으면 안된다고
도 한다. 아마 그래서 그랬던 모양이다. 코지는 악수회 경험도 많으니...
그렇게 생각해서 납득을 하긴 했지만, 원래 팬들에게 가장 다정다감하고 농담도
하면서 분위기 풀어주기로 유명한 코지가 이날은 어쩐지 굳어있고, 무뚝뚝했다.
이건 나만이 느낀게 아니라 이전에 코지와 악수를 한 적이 있는 우롱차양도 그렇
고 일본 팬 게시판의 글들도 그런 감상을 얘기하고 있었다.
왜 그랬을까. 이것은 아직도 의문....활동정지 이후 첫 개인적인 활동으로의 만남
으로서 이전과 같은 밝은 모습을 보이기 어려웠던 것일까. 그저 추측 뿐.
한편 좀 전 점내를 잠시 술렁이게 했던 ***양은 밖에서 한참 땅을 파며 괴로워하는
중이었다. 실은 코지에게 '안아주세요'라고 해버렸다는데 그 표현이 좀 어색하여
오해할만한 뉘앙스로 표현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한국인이라고 미리 밝혔으므로
저쪽에서도 이해해 주었을텐데도. 좀처럼 땅파기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다.
그리고 나름대로 악수한 일행 모두가 점점 땅파기 모드로 접어들어버렸다. 웃는 얼
굴을 볼 수 없었던 것이 큰 이유였다. 어쩐지 악수를 하고 왔음에도 불구하고 코지
라는 사람이 전보다 더 멀게 느껴지는 느낌이 들면서 모두들 한숨을 푹푹 쉬며 라
이카를 떠나 시부야쪽으로 가기로 했다.
일본 팬게시판을 통해 전해들은 뒷얘기로는 악수회때 다른 팬 중에 안아달라고 했
던 팬이 있어 안아준답시고 코지가 몸을 앞으로 굽혔다가 얕은 단 아래로 넘어졌
던 적이 있다고 한다. 허걱 얼마나 격렬하게 안아주려했길래! 체쳇-_-
혹시, 그,그래서 그 후로 표정이 굳어진건가. 스타일 구겨서????
뭐 그건 그렇다치고, 담에 또 볼 기회가 있다면 좀 웃어주세요오오오 코지오빠.
하지만 그렇다고 부담가질 건 없소. 맘에 없는 영업용 스마일보다는 솔직한 표정
이 더 그대답다고 생각하니까. 어쨌든 만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오.
......
그렇게 우리의 여정은 끝을 맺었습니다. 이미 들어보셨겠지만, '이자요이노 츠키'
시디에 담긴 코지의 곡들에는 그 만의 색깔이 나타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이브 오브 데스티니도 벌써 내년의 라이브 일정들을 쭈루룩 발표해 놓고 있더군요.
역시나 유럽쪽의 일정이지만, 멈춤없이 제 갈길을 가고 있다는 것은 팬으로서 응
원할 만한 일이겠지요. 그럼 지금껏 후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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