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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report] Moi dix Mois 12/13 Yokohama CLUB24

Moi dix Mois tour ~forbidden~
Yokohama Club24

2002.12.13

이치카와 라이브 후 오랜 기다림 끝에 13일이 왔다. 7일 이후의 일정은 내내 도
쿄의 여기저기-나카노, 하라주쿠, 신주쿠, 시부야, 아키하바라, 진보쵸 부근-을
다니며 중고시디와 잡지들을 사냥하러 다녔다. 생각해보니 하루도 쉴날 없이 다
리를 혹사하며 다녔지만 정작 관광이라고 하기도 뭐하고, 사진도 거의 안찍었다.
바다 건너 외국이 아닌 그냥 좀 낯선 동네에 다니러 온 느낌 밖에 없었기에 카메
라를 꺼내는 것이 한없이 멋적고 귀찮았던 것 같다;

라이브를 보러다니며 늘 힘들었던 것은 기다림의 시간들. 어차피 표도 이미 구해
놓은 상태겠다 이번엔 좀 덜 기다려 보자고 생각하여 느즈막히 숙소를 나섰다.
처음 가보는 요코하마(처음 가보는데가 뭐 한두군덴가;;;) 약간의 기대를 하면서
숙소에서 약 한시간 남짓 걸리는 그곳으로 향했다. 날이 무척 추워졌다. 가끔 피
씨방에서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소식을 보니 한국은 살인적으로 추운 상태였다고
하던데 여긴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역시 그동안의 포근했던 날씨에 비하
면 많이 추워진 날씨.

약간의 헤맴 끝에 요코하마 칸나이역 부근에 있는 CLUB 24를 찾아냈다. 위치를
확인한 뒤 아직 입장시간 전인지라 근처의 상가를 좀 구경하다가 도토루에서 시
간을 떼웠다. 도토루는 우리나라나 일본이나 나이 드신 분이 많이 오는 커피숍
인가보다;; 입장시간에 맞춰 클럽 앞으로 가보니 벌써 줄이 쭉 늘어서 있다. 어
둠의 의상들, 검은색옷 일색이다. 그리고 남자들도 많이 보인다.

입장하면서 오늘은 어느쪽으로 설까 고민을 했다. 먼젓번 왼쪽으로 섰다가 줄창
카즈노만 봐서 아쉬웠기에 이번엔 당연 오른쪽이다라고 오기전에 결정해 두긴했
지만 같이 간 우롱차양은 카즈노가 맘에 든다고 그냥 카즈노 앞에 서겠다고 한다.
마음은 오른쪽이지만 어쩔 수 없이 방향을 왼쪽으로 틀었다.
사실 오른쪽은 범접할 수 없는 고스로리집단이 차지하고 있기때문에 자칫하다간
내내 머리통만 바라보다 올 가능성이 크긴 했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그쪽팬
들도 그 고스로리집단들때문에 곤란해 했다. 자기네들이 객석 앞쪽에 있어야 마
나사마가 좋아한다나 하면서 사람들에게 자리를 양보하라고 했던 모양이다.

암튼 왼쪽사이드에 또 자리를 잡았다. 클럽24는 왼쪽사이드로 드링크바가 있었
다. 알바생들이 음료수를 준비하고 있는 바에 몸을 기대며 앞으로 앞으로 나아
가 무리없이 젤 앞에서 두번째줄에 섰다. 맨 앞으로 나보다 훨씬 나이 들어 보
이는 아줌마가 진한 화장에 검은 옷을 입고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지난번 이치
카와도 그렇고 의외의 팬들을 자주 볼 수 있었다. 나이 드신 아저씨도 있고, 동
네마실이라도 나온 듯한 지긋한 아줌마도 타올로 땀을 닦아내며 라이브를 즐기
는 걸 보았다. 이런 풍경이 가능하다니 재밌다는 생각이 든다. 약간의 동지감을
느끼며 그 아줌마 등뒤로 찰싹 붙어 서 있었다. 그 아줌마는 연달아 맥주를 두
캔이나 마시며 공연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어떤 반응을 보이며 라이브를 볼까
지켜보리라 생각하며 다시 또 기다림의 시간.

맨앞쪽인지라 안전대가 있고 그 앞으로 안전요원하나가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그 안전대를 붙잡고 선 한덩치하는 여자가 시선을 끈다. 첨엔 머리를 틀어올리
고 잿빛남방을 입고 있었는데, 객석이 다 정리되어가자. 남방을 벗더니 머리를
풀어내렸다. 긴머리에 어깨쪽이 망사로 된 본격적인 라이브의상이 드러났다.
망사의 범위가 넓어서 안에 입은 검정 브래지어가 통째로 보이고 있다-_-
본인도 의식했는지 옆에 있는 친구의 도움을 받아 망사가 없는 부분으로 브래지
어를 숨기는 작업을 한동안 진행;; 저 덩치발, 저 머릿발...그리고 안전대를 그
러잡는 튼실한 팔뚝, 작정하고 온 애구나..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치카와때와 같은 마네킹 몸통 설치물이 무대 가운데 있고, 불이 꺼지며 슈슈
가 등장했다. 나중에 일행에게 들은 얘기로 슈슈를 보기위해 온 슈슈팬들이 양
해를 구하고 맨 앞자리로 이동해 갔다고 한다. 슈발츠 슈타인의 카야는 예전에
ISOLA라는 밴드에서 보컬로 있었고 그때의 이름이 '히메'(공주)였다. 그래서인
지 이치카와때도 그렇고 이번에도 카야를 향해 '히메~!'하고 부르는 목소리들이
있었다. 슈슈의 곡이 시작되자, 아까의 덩치발 긴머리 소녀가 그 긴 머리채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과연! 저것은 진정한 헤드뱅의 달인과도 같은 자세와 동작
이라고 생각되었다. 아직은 워밍업인 듯한 느낌이었지만, 놀라운 파워의 헤드뱅
이었다.

덕분에 그쪽 부근 사람들의 열기도 순식간에 달아오른 듯. 그러나 내 앞에 서
있는 아줌마는 '얼라들 재밌게 노는구나'하는 식으로 바에 팔꿈치를 세워 편하
게 선 채로 오페라라도 감상하듯이 라이브를 보고 있다. (실은 나도 아줌마를
따라 편하게 서있기만 했다^^;;)

맨앞쪽이라서인지 오른쪽끝까지 무대가 훤히 보이고 있다. 그러나 고개를 돌려
객석을 둘러보는건 두렵다. 고개 잘못 돌렸다가 뒷사람이 휘두르는 머리에 맛을
지도 모를 일이다.

장내의 공기를 덥히며 슈슈의 첫곡이 끝났다. 곡이 끝나자 바로 다음곡의 전주
가 흘렀다. 카야의 멘트는? 하고 생각하자 카야가 노래를 하는게 아니라 마이크
를 든 채로 호라쪽으로 가더니 뭐라 뭐라 둘이 속삭인다. 음악은 계속 흐르고 있
고, 카야가 손으로 조명을 가리며 객석너머 조정실쪽으로 사인을 보낸다. 멘트를
해야하는 시간인데 제멋대로 다음 곡의 전주가 나와 당황했던 모양이다.

멋적은 듯 웃어보이며 멘트가 시작되었다. 근데 객석에서 큰 소리로 '카와이!!'
하고 소리를 질러대는 바람에 그 소리를 의식하여 말을 잇지 못하고 웃기만 한다.
'스테키!!'(멋져~)하는 소리가 또 들리자, 확실하게 반응하며 수줍은듯이 웃는
카야. '카야녀석 준비한 멘트가 없으니까 괜히 저러는 모양이군' 라고 생각은 하
면서도 나름대로 귀염떠는 카야가 싫지는 않았다.

이번에도 저번 이치카와때와 같은 곡들을 비슷한 순서로 들려주었다. 역시 겨울
을 좋아한다는 멘트와 함께 애절하게 부르는 '트렌센트'라는 곡을 불렀으나 이번
에는 퍼펙트가든의 커플링곡인 뷰티풀 더 버진은 부르지 않았다는 것이 의외였다.
그나저나 맨앞쪽의 헤드뱅 세력들 때문에 짙은 땀냄새가 퍼져오고 있었다ㅡ.ㅡ
어디서 부터 시작된 냄새인지는 짐작이 가지만;;
그렇게 약 30분쯤의 슈슈공연이 끝나고 다시 무대정리시간. 앞자리를 양보받았던
슈슈팬들이 '스미마셍'하면서 흠뻑 젖은 모습으로 빠져나오고 그틈을 타이트하게
메꾸며 좁아지는 객석. 아니 좁아지는 것뿐아니라 밀려들어오고 있다. 여차하면
한대 치고 비키라고 할듯한 심상치않은 압력이 등뒤로 전해온다. 웃 자리를 지켜
야지, 불끈!! 하지만 앞의 아줌마가 신경쓰인다, 뒤에 애들 때문에 몸이 밀려서
자꾸 아줌마를 내 몸으로 들이받게 되는데 내가 미는 걸로 오해받을까봐 걱정;;

그리하야 드디어 모모가 등장했다. 소리지르고 뛰고 좋아하는 팬들, 그리고 내앞
으로 변함없이 와서 자리잡는 카즈노. 이번엔 쥬카도 확실히 보이는데, 마나사마
쪽은 키들이 높아지면서 정확하게 가려져버렸다 ㅜ.ㅜ
웅장하게 시작하는 다이얼로그 심포니, 다시 시작되는 열광의 도가니, 맨앞 덩치
발 헤드뱅 소녀는 머리채로 S자도 그렸다가 풍차돌리기까지 다양한 묘기를 보여
주고 있다. 본방이 시작된 것이다. 그녀가 휘두르는 머리채에 뒤에 여자애들이 철
썩 철썩 맞고 있지만 그녀들도 이미 무아지경인지라 별로 개의치 않는 듯.

첫곡이 끝나고 쥬카의 멘트가 시작되었다. '요코하마!!' 객석 '꺄아아!!' 다시 주
카 '요코하마하면 카레지..(요코하마에는 카레 박물관이 있다고 한다.)' 그러자
갑자기 탱탱탱 하는 소리가 나고 사람들이 와하하하하 하고 폭소하기 시작했다. 마
나사마가 어디선가 은인지 스탠레스인지의 카레그릇과 숟가락을 들고 나와서 숟가
락으로 그릇을 탱탱탱 쳐보인 것이다.

쥬카가 이어서 객석을 향해 '마나사마가 카레 갖고 오래잖아, 안갖고 오면 화나서
가버린대! 너!!(객석의 누군가를 가리키며) 가서 카레 사와!' 객석 '사올께요'하
면서 다시 웃음바다. 쥬카의 멘트는 계속 이어졌다. '요전에 호텔에서 아침을 먹
는데, 부페로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을 담아와서 먹는 거였는데, 쟁반에 밥이랑 된
장국이랑 담고는 나는 야마이모를 좋아하기때문에(야마이모는 마의 일종으로 갈아
서 밥에 얹어 먹거나 하는 모양-_- 식성도 특이;; 시골출신인가벼라고 생각했었
는데 최근 히로시마 공연때 밝혀진 사실로, 마나사마와 카즈노는 히로시마의 같은
동네 출신이고, 쥬카는 그 근처 동네출신으로 모두 시골출신이 맞았다) 야마이모
를 밥위에 듬뿍 얹고 간장을 뿌려서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그런데 건너편의 어떤
아저씨가 빵위에 그 야마이모를 듬뿍 얹어 놓은 것을 보고 이상한 사람이네라고
생각했는데....잘 보니 야마이모 위에 후르츠도 얹어져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고
개를 갸웃거리며 들고온 밥과 야마이모를 맛봤더니.....!!.....달콤새콤한 것이었
다. 그것은 야마이모가 아니라 요구르트였던 것이다..밥에 요구르트를 얹고 간장
까지 뿌렸다니..' 사람들 또다시 푸하하하하하하 웃어주고. 제법 길었고 제법 지루
했던 멘트가 끝났다;;;(당시로서는 야마이모가 뭔지 알아야 웃던가 말던가 하지;;)

이번 공연에서는 객석도 꽤나 격렬했고, 무대도 그만큼 열이 올라서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 쥬카가 삐끗 넘어질뻔했던데다 우리의 마나사마 마저도 역시 삐끗했었던
모양이다. 카즈노는 연신 물을 마셔대고, 쥬카는 이중턱 밑으로 땀이 뚝뚝, 마나사
마까지도 슬쩍슬쩍 뒤돌아 땀을 닦아내고 있었다. 땀도 흘리시는군요, 언니!

다만 앞부분 슈슈의 공연에서부터 시작된 클럽측의 오디오조정실 문제라든지 스피
커의 음질도 이치카와보다는 질이 떨어지는 느낌.

그담부터는 이치카와때와 비슷한 순서로 곡들이 이어지고, 쉴틈없이 몰아치는 연
주와 함성과 헤드뱅의 무아지경. 포비든에서의 '마이 디스' '유어 디스'하고 외치
는 부분의 손가락으로 어둠의 심볼만들기(이치카와 레포트의 그림;;참조)를 하며
모두가 하나가 된 가운데 1부가 막을 내렸다.

앵콜시작도 앞서와 마찬가지로 서포트 드러머 토오루가 먼저 들어와 드럼비트에 맞
춰 객석이 토오루콜을 외쳐주고 멤버들 다시 등장. 마지막으로 또한번의 '포비든'
이 열창된 후 요코하마 클럽24의 공연이 막을 내렸다. 공연시간은 슈슈가 약 30분
모모가 1시간 정도로 짧은 느낌이지만 강하고 화끈하게 폭발하는 느낌. 1월12일에
결정된 모모의 추가공연은 슈슈가 참가하지 않는 모모만의 공연이므로 이때는 좀
더 많은 곡들이 연주될 것이라고 한다. 그 공연이 너무나 보고싶다는 생각을 하면
서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참 빼먹은 것 한가지 마나사마는 본공연에서는 파란색의 쥰느피으 기타를 메고나
와 연주를 했는데, 앵콜때에는 새로운 기타를 선보여 주었다. 새하얀 바디에 가장
자리로 빨간 실핏줄이 스며든 듯한 무늬의 아름다운 기타였다. 그리고 언제나 느
끼는 거지만 마나사마의 모습은 정말이지 잡지사진과 똑~같다. 아무리 뜯어 봐도
모공이나 여드름하나 안보이고 눈화장이나 입술화장 어디에 삐꾸난 라인하나 없
이 곱게 화장한 그림같은 모습. 그리고 강렬한 눈빛이지만 그 눈빛이 무척이나
따듯하게 느껴진다. 오늘 공연에서 쥬카는 멤버 소개때 마나사마를 '어둠의 보스'
라고 소개했었다. 그렇다. 보스다! 행님 지는 그저 행님만 믿습니다요. 딱 그런
느낌이 드는 믿고 따를 수 있는 보스....역시!!

이제 낼모레면 다시 바다건너 집으로 되돌아가야하고, 돌아가면 다시 현실에 치
여 살아가야 한다. 무엇보다 재정파산으로 거지가 되어버렸다. 아 하지만 그런
모든 현실의 문제들을 이번의 감동들로 충분히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만 같다.
돌아가서 열심히 악착같이 살다보면 또 좋은 기회가 닿아 당신들을 다시 보러 올
수 있겠지. 그것이 내가 열심히 살아가는 보답이 될거라고 생각하며 나혼자 북치
고 장구치고 혼자 교훈을 받아 감화되고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스스로를 북돋았다.

돌아가는 길 만원전철에 낑겨오면서도 아무 느낌도 없었다. 이것도 마지막인데
하는 생각 뿐. 그렇게 짧고도 인상싶었던 나의 여행이 끝나가고 있었다.
남은 건 이제 내일의 코지 악수회! 열흘남짓의 기간동안 행운의 일정으로 클라하
,코지,유키,마나까지 두루 챙겨보고 갈 수 있다니 이건 하늘이 스케쥴 잡아준 여
행이라는 생각이 다시금 들었다.